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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표현영역] 초급 앙상블

by 식인사과 201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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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 표현 영역 앙상블 수업에서 작은 발표회가 있었다. 때마침 공강인 친구들 또는 교사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발표회가 열리는 교실에 찾아갔다. 교실 속 어수선한 공간에서 발표를 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관객이 있는 자리이기에 발표회 시간이 되면 발표하는 학생들은 은근히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ㅎㅎ 하지만 난 이 친구들이 발표회가 끝나고 그런 긴장과 떨림이 즐거운 순간으로 기억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런 발표회 방식은 재작년 기타 수업으로 오신 선생님이 처음 시작하셨다. 기타 수업이었기 때문에 문화제 때 발표를 제안드렸지만 그것은 좀 부담스럽다고 수업 시간 내에 작은 발표회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실 그 때에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발표회가 끝나고 나서는 문화제보다 이런 발표회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다른 표현 영역 수업에서도 작은 발표회가 연이어 진행이 되었는데 공강인 친구들과 교사들이 관객으로 참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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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수업은 자기가 정한 악기를 하나씩 들고 와서 직접 연주해보고 모둠을 구성한 후 하나의 곡을 통해 협주를 해보는 수업이다. 비슷한 악기가 모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악기가 모이기도 하는데 형형색색 다른 악기들이 모여서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 수업인 것 같다. 이 모둠은 오카리나와 리코더를 연주하는 학생들의 모둠인 것 같다. 어렸을 때 리코더를 불었을 때는 그냥 시끄럽기만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팀은 오카리나와 협주를 해서 그런지 꽤 아름다운 화음이 만들어진 것 같다. ㅎㅎ

 

 

 

 

파트가 서로 구분되어 있어서 서로 부는 구간이 다른 것 같다. 지금은 리코더는 쉬고 오카리나만 불고 있는데 어찌 된게 오카리나를 부는 친구들보다 쉬고 있는 친구들이 더 긴장하고 있다. 아마도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 악보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닐까 ㅋㅋ

 

 

 

 

열심히 오카리나를 불고 있는 우현군과 리코더를 불고 있는 현빈군- ㅋㅋ 대숲인 두 친구는 올해 졸업반이라서 곧 장기인턴십을 나간다. 아직 인턴십 현장을 정하지 못한 것 같지만, 협주할 때 보인 진지한 자세와 마음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사랑받고 인정받으면서 인턴십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화이팅!

 

 

 

 

오카리나를 불고 있는 혜린양과 리코더를 불고 있는 진섭군- 혜린은 이번 인턴십으로 홍대에 있는 '오브젝트'라는 아주 재미있는 곳으로 간다. 혜린이의 이번 인턴십의 목표는 '좋은 상품을 멋지게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운다'였는데 아주 좋은 목표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정말 좋은 상품, 음악, 공연, 음식 등이 많은데 정작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다. 부디 잘 배워와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 많이많이 줄 수 있기를 ㅎㅎ 진섭이는 요새 알 수 없는 마음 고생이 많은 것 같다. 하루 빨리 컨디션 회복하고 으쌰으쌰할 수 있기를! 으쌰으쌰!!

 

  

 

 

이 모둠은 벚꽃엔딩을 연주했다. 기타, 오보에, 피아노,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 두 악기와 함게 어우러지는 노래가 좋았던 것 같다. 다양한 악기만큼 다채로운 화음에 제법 신났던 시간 ㅎㅎ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현익군- 매일 이 친구와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불러서 억지로 인사를 받아야 한다 ㅎㅎ 아마 졸업할 때쯤이면 이 녀석이 먼저 와서 인사를 해주지 않을까.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진 친구라서 섣불리 이해하려고 들었다가는 다칠 수 있다 ㅋㅋ

 

 

 

 

솔숲이 되면서 더욱 멋있어진 충현- 이 친구의 꼬꼬마 시절이 기억이 나는데 지금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ㅎㅎ 그만큼 배움터길에서 많이 성장했고 스스로의 에너지도 많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는 한여름밤의 꿈의 드미트리어스 역을 맡아서 열연했다. 올해는 연기 수업을 통해 한 단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날 언제나 웃게 하는 이강- 꼬꼬마 시절에는 나를 엄청나게 화나게 만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불같이 소리지르게 만든 친구인데 지금은 이 녀석의 한마디 한마디에 매일 같이 웃으면서 지낸다. 올해는 방송부에 참여! DJ.강냉이로 거듭나서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방송을 한다. 이강의 그윽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은 목요일에 학교로 오시면 좋을 듯 ㅋㅋ

 

 

 

 

이 모둠은 2명이다. 하지만 기타 고수와 플롯 고수가 만났다 ㅎㅎ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화음에 모두들 화들짝! 선정한 곡도 '오버더레인보우'! 와우!!

 

 

 

 

플롯을 불고 있는 웅희와는 올해 수업으로 많이 만나는데 특히 연기 수업에서 웅희의 내면의 모습을 좀 보게 되는 것 같다. 항상 남자 아이들의 중심에 있고 장난도 많이 치고 욕도 좀 하셔서 굉장히 남성적인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가깝게 바라보니 커다란 곰인형을 좋아하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수성를 가진, 이 시대의 마지막 로멘티시스트가 아닌가 싶다. 플롯도 수준급! 이번 발표회를 통해 다른 친구들도 웅희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ㅎㅎ

잘생긴 외모로 선배 누나들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준영이는 기타를 정말 분위기 있게 연주한다. 올해 문화제에서는 총 연출을 맡았다고 하는데 문화제 연출은 학생, 교사, 학부모까지 기획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준영이의 숨겨진 리더십이 잘 발휘되어서 어려운 일도 잘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발표회 전경! 발표회라고 부르기에는 좀 초라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발표회 속에 진짜 좋은 '발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쓸데 없이 각 잡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준비한만큼 타인에게 보여주고 그만큼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나중에 조금 더 큰 발표로 이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ㅎㅎ 모두들 열심히 연주해줘서 고마워!!

  

 

 

 

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레미가 공연의 모든 과정을 핸드폰에 담고 있다 ㅎㅎ 악기도 다르고 연주 실력도 각자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어떻게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발표회를 보니 레미의 카리스마가 절로 느껴진다 ㅋㅋ 이런 멋진 발표회를 보여주신 레미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

발표회를 보면서 내가 어렸을 때 배운 음악 수업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음악 교과서 안에는 좋은 음악과 노래들이 가득했는데 왜 나는 그것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까. 그 당시의 음악 수업은 시험 기간에만 달달 외워도 될 만큼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울 것이 적어서 고마웠던 과목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사실 이런 부분이 비단 음악 수업뿐만이었을까- 일반학교의 공식 교과서는 그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지만 그것을 입시 목적으로 가르쳤을 때에는 제일 재미없는 책이 될 수밖에 없다.

 

난 공교육에서 이런 '투박한' 모델들을 많이 차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투박한' 모습들이 때로는 정말 투박한 모습으로 드러낼 때도 있지만 적어도 재미가 없어서 다시는 겪어보고 싶지 않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발표회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ㅎㅎ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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