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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장애인의 날 특별 수업_성모자애복지관

by 식인사과 201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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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지금 배움터길 친구들은 장애인의 날이 언제냐고 물으면 뭘 그런 걸 다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자신있게 4월 20일이라고 답을 하지만 내가 처음 학교에 올 때만 해도 장애인의 날이 있다는 것조차 생소하게 생각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장애인의 날이 언제인지는 배움터길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초중고 12년, 대학교 4년동안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가질만한 어떤 것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TV나 뉴스에서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자연스럽게 나와는 관계 없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인식했던 것 같다.

 

이번 장애인의 날에는 전체 아침 열기 때 아이들에게 장애에 관련된 영상을 보여주고 생활 체육 시간에 가볍게 장애 체험을 했다. 그리고 작은나무 친구들은 멘토프로젝트 시간을 이용해 분당에 있는 성모자애복지관을 찾았다. 성모자애복지관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다닐 수 있는 일종의 방과후 학교 같은 것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처럼 장애 교육을 원하는 학교들에게 장애체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데 교육 시스템이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앞으로 쭉 찾아갈 것 같다. ㅎㅎ

 

*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복지관을 이동 중인 작은나무 친구들- 복지관이 분당에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지하철 안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기특하게도 한 놈도 늦지 않고 제 시간에 모두 왔다. 그런데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후덜덜 ㅋㅋ 2호선으로 갈아탈 때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작은나무 친구들에게 복지관 경험만큼 '지옥철'의 경험도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탄 것은 진짜 지옥철이 아니라구 ㅎㅎ 

 

 

 

 

셔틀 버스를 놓쳐서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복지관은 지하철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주변 풍경도 좋아서 환경 좋다고 같이 간 통합교사쌤께 말했더니 풍경이 좋고 인적이 드문 외곽에만 이런 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주거 지역 근처에는 이런 장애인복지관이 혐오시설로 인식이 되어 있어서 만약 복지관이 들어온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를 해서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음...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슬픈 현실인 것 같다. ㅠ.ㅠ

 

 

 

 

그렇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풍경 좋은 야외에 나오니 시끌벅적- 교육장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배움터길을 대표해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는데 3초도 되지 않아 다시 시끌벅적 ㅋㅋ

 

 

 

 

장애체험을 끝나고 나서는 이렇게 손그림을 그려서 후기를 남긴다. 정말 모든 사람이 차별을 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모두가 그런 따뜻한 사회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점점 팍팍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교육들이 사회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아름다운 사회에 조금은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ㅎㅎ

 

 

 

 

학교에서 나눔 수업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수업을 하기도 하고 배움터길 근터의 장애인센터나 교회에 나가 봉사활동을 했지만 나 역시 장애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한 적은 없다. 2년 전 큰나무 나눔 수업인 '사람과 사람' 수업에서 승가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장애이해 교육을 받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우리를 인솔해주시는 복지사 분께서 장애체험 전에 20분 정도 장애에 대한 교육을 해주셨다. 승가원 때와 내용은 비슷했지만 뭔가 더 체계적인 느낌? ㅋㅋ 일반학교 중학교 친구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산만한 모습에도 능숙하게 대처하시면서 수업을 잘 마무리해주셨다 ^-^* 

 

 

 

 

천번째 장애 체험은 시각장애 체험- 눈에 안대를 쓰고 교실에서 밑의 체험관까지 이어진 통롤 따라 이동하는 체험이다. 손잡이와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판들이 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작은나무 친구들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 ㅎㅎ

 

 

 

 

체험관으로 들어오면 바닥과 벽에 이렇게 장애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나중에 안대를 벗고 체험관을 보면서 좀 허탈해했는데 왜냐하면 촉감으로만 느꼈던 이 공간은 어마어마한 정글 같았다고 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꾸며진 줄은 몰랐다고 ㅋㅋ 통합교육쌤이 진짜 시각 장애인들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라고 물어보니 아이들은 그제서야 이 체험을 왜 하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

 

 

 

 

조금 위험해보이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복지사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이런 공간 하나를 모두 시각 장애 체험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복지관이 장애교육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통로를 지나오면 마지막에는 이렇게 다양한 물건들을 만져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부 재질이 독특한 물건들은 아이들이 만지자마자 기겁을 했다 ㅋㅋ 시각장애 체험은 여기서 끝!

 

 

 

 

이번에는 저시력 장애 체험인데 망원경을 거꾸로 보고 외나무 다리를 걸으면 된다. 처음에는 그냥 걸어보고 그 다음에 망원경을 사용해서 걸어보게 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매우 어려워했다. ㅎㅎ

 

 

 

 

 

이번에는 휠체어를 타 보는 시간-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애물들을 설치해놓고 휠체어를 타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된다. 작은나무 친구들은 그저 휠체어를 타본다는 것에 재미있을 것 같아 흥분된 상태 ㅎㅎ


 

 

 

생각보다 장애물들이 쉬웠는지 휠체어를 타고 장애물들을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고 있다 ㅎㅎ 하지만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일반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분들은 정말 행동의 제약이 심할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그런 어려움들을 조금만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이 제일 어려워했던 부분은 여닫이 문을 지나가는 거였다. 특히 유리문은 문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문을 열고 휠체어를 밀어넣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똘똘한 범우가 제일 어려워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문을 열고 통과하는데 성공! ㅋㅋ

 

 

 

 

마지막에는 지적 장애 체험- 이 체험은 2년 전 승가원에서 직접 해봤는데 보기보다 굉장히 어렵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쉽게 할거라 생각하고 우습게 봤다가 잘 되지 않아 낑낑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ㅋㅋ

 

 

 

 

출력된 용지를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거울에 비친 모양을 보고 글씨를 써야 하는데 머릿속에서 생각한 방향과 거울로 비친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따라쓰기가 굉장히 어렵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글씨를 쓸 때 제대로 된 형태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언어 장애 체험- 방법은 간단한데 사탕을 이빨로 문 상태에서 스피드 퀴즈를 하면 된다. 몸을 쓰면 안되고 온전히 말로만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빨로 사탕을 물고 있으니 당연히 말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웠다. 산만하게 정신없이 떠들던 녀석들도 입에 사탕을 물리니 아무 말도 못하고 ㅋㅋ 귀여운 녀석들!

 

 

 

 

몇몇 친구들은 사탕의 유혹에 빠져서 그냥 입 안에 넣어버렸다 ㅋㅋ 귀여운 녀석들 x 2 !!

 

 

 

 

모든 체험을 마치고 이제는 손바닥 후기를 적는 시간- 병진이도 큰 어려움 없이 체험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처음 이 곳에 온다고 했을 때는 귀찮아하는 표정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체험들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인지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후기를 작성할 수 있었다 ㅎㅎ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고 태어나는 기능 중 일부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 하나 때문에 장애인분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몇 만배는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른다. 이날 했던 경험들도 장애인분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그 정도로도 체험을 하는 아이들은 굉장히 불편해했고 어려워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장애인 복지 제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니 조금씩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 하루 빨리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

 

 

 

 

교육을 마치고 근처 중국집에서 맛있는 점심 냠냠냠냠! 좋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밥맛도 쑥쑥 ㅋㅋ 야밤에 짜짱면 시식 장면을 보니 절로 군침이 돌지만 참겠어!!!

 

*

배움터길은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평등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통합교육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정원의 1/10을 통합교육 대상자를 뽑는다. 그리고 필수 교육 과정에도 더불어살기 영역을 만들어 공동체 놀이, 집단상담, 사람과 사람, 봉사활동 등의 수업으로 구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런 개념도 없는 친구들이 수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각종 프로젝트 및 여행 수업을 통해 내 친구의 장애를 점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점점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나 역시 수업 안에서 끊잆업이 통합 수업을 해야 하고 개별 지원도 해야 하고 이런 외부 수업을 통해 장애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내 스스로 인식개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움터길의 통합교육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매해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래저래 열심히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뇌가 말랑말랑한 청소년 시절에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 그냥 놀러나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몸 속 어디 한 구석에는 오늘의 경험이 아주 쬐끔은 녹아들어가지 않았을까- ㅋㅋ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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