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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학교/수업과교실

[작업실] 작은나무 생태수업

by 식인사과 201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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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오후, 작은나무 생태수업! 작은나무 생태수업과 작업+장 영역의 텃밭 수업을 맡아서 진행해 주시는 목사님은 온동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멘토로 모시고 있는, 정말 멘탈이 훌륭하신 분 ㅎㅎ 장애인통합교회를 지향하시기 때문에 목사님이 계신 교회에는 장애를 가진 어린 친구들이 와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지금의 학교 터전으로 이사오기 전 꽤 오랫동안 위아래층 이웃으로 지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이사를 한 후다. 항상 지역의 학교를 지향하고 연대를 강조해왔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있는 멋진 이웃을 지금에서야 알아보다니 ㅋㅋ 아무튼 목사님은 현재 배움터길에서 가장 중요하고 멋진 역할을 해주고 계신, 멋진 이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

 

목사님은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위해 다양한 공부를 하셨다. 텃밭도 그렇게 처음 접하셨고 최근에는 푸드심리치료에 대해 공부를 하시면서 작은나무 생태수업 안에 적절하게 녹여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해 주신다. 처음 작은나무 생태 수업으로 모실 때 '도시 속 생태'라는 컨셉을 말씀드렸고 몇 차례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수업 방향이 결정되었다. 하루 종일 건물 안에서 살고 있는 도시 속 어린 친구들에게 '문명화된 도시의 삶은 인간에게 문제를 일으키며 결국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생태에 대한 이런 근본주의적인 시선은 그 동안 나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결국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도시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다른 시선, 즉 도시 속에서의 생태적 삶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봄학기 시작하기 전 목사님과 이런 이야기들을 공유했고 목사님도 그런 고민들을 잘 수용해주셔서 지금의 수업 형태가 나올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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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나무'였다. 우리가 매일 보는 것 중의 하나가 나무이고 덕분에 우리의 정서 안정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나무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 했다 ㅎㅎ 키가 100미터가 넘는 나무부터 세금을 내는 나무, 벼슬이 있는 나무들을 알아보고 나무의 주기능을 공부하면서 새삼스럽게 나무에게 감사할 것이 많아진 날- 나무야, 고마워!

 

 

 

 

많이 떠든 두 친구에게는 실습할 때 나눠줄 먹거리를 1/3으로 줄이겠다고 하니 금세 조용해진 작은나무 친구들 ㅋㅋ 목사님은 연세가 있으시지만 아이들의 욕구와 관심사를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 것 같다. 때문에 작은나무 생태 보조 강사로 들어가면서 나도 목사님의 교수 방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 ^-^*

 

 

 

 

오늘의 실습과제는 음식으로 자신만의 나무 만들기- 물기가 많은 음식과 마른 음식들을 골고루 섞어서 나눠준 후 하나의 쟁반 안에 자신의 만들고 싶은 나무를 만들어보는 과제이다. 두부 과자, 바나나, 오렌지, 방울 토마토 등의 음식을 나눠주니 아이들은 먹고 싶어서 모두들 환장한다. 하지만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음식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침만 꿀떡꿀떡 삼키면서 열심히 과제를 수행 중인 작은나무 친구들 ㅋㅋ

 

 

 

 

병진이도 신이 나서 열심히 자신의 나무를 만들고 있다. 내가 생태 수업에 보조 강사로 들어가는 이유는 내가 생태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이 친구를 보조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인데 생각보다 병진이도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봄학기 개학을 할 때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너무 적응을 잘 해서 오히려 얄미운 녀석 ㅋㅋ 병진이 화이팅!

 

 

 

 

지금부터 아이들의 작품을 공개한다 ㅋㅋ 목사님 말씀으로는 이런 나무의 모양만을 가지고도 아이들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예술교과를 담당해서 그런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참신한지, 얼마나 매력적인지 등을 먼저 보는 것 같다 ^-^;; 아무튼, 학기 초에 나무를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재료가 달라져서 그런지 몰라도 확실히 나무의 모양이 풍성하고 아름다워졌다. 그럼 지금부터 작품 감상 시작! 참 포스트잇에 쓰여 있는 이름은 수업 시간에 불리는 아이들의 별명이다. ㅎㅎ

 

 

 

 

 

 

 

 

 

 

 

 

 

 

나무를 만들고 바로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을 만들었기때문에 만든 사람은 왜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발표를 해야 하고 다른 친구들은 오글오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친구들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작품들이 이뻐서 그런지 제법 좋은 평가들도 나왔던 것 같다 ㅋㅋ

 

 

 

 

모든 발표를 끝내고 냠냠냠냠 음식 흡입 타임! 올해 신입생 친구들은 유달리 배고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아니나 다를까- 먹어치우는 속도는 빛의 속도와 맞먹는 것 같다 ㅋㅋ 아, 글을 쓰면서 나도 배고파지려고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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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길의 정규 교육과정의 수업들은 형태의 차이가 조금씩 있겠지만 대부분 이런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나의 청소년 시절, 기술 가정 시간 때 책을 보며 달달 외우던 것과 배우는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배우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배우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은 일반학교에 비해 확실히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지식의 질로 본다면 난 이런 방식이 나중에 아이들에게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교육을 받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그래도 영어랑 수학은 해야지 라고 말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청소년 시절 입시교육을 통해 영어와 수학의 '지식'의 양을 늘려왔던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다. 박제된 상상력 이상의 상상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래도 학교에서 요러요러한 '기본'적인 것들은 가르쳐야지 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지만, 그 '기본'의 이면을 바라보면 결국 자신의 경험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학교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고 없애야 한다는, 이런 이상주주의자들의 생각에는 더더욱 '근본적으로' 동의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청소년기 교육을 돌아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과장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왜곡되어 있고 때로는 부정되어 온 것들이 많다. 하지만 자율학습이 아닌 타율학습이라고 억울해하던 야자 시간에도 우리는 풋풋한 첫사랑의 묘약에 취해 들뜬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았던가. 때문에 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청소년기 시절의 경험을 굉장히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고속성장을 했던 해방 후 60년 동안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다른 시대에서 각자의 청소년기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는 것도 어른과 청소년 모두 인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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