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도서관/나혼자맛집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은 중국집, 70년 전통의 취영루

by 식인사과 2016. 10. 16.
반응형

`

직장도 집도 의왕에 있기 때문에 학교 일로 외부 공간 미팅이 잡혀 있지 않는 한 서울을 나갈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게다가 인턴십이나 직업탐방 등 학교와 인연을 맺고 있는 곳들도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다 보니 강남 쪽에 갈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다가 졸업한 한 친구가 논현 근처에 방을 새롭게 구한다고 해서 도움을 주기 위해 아마도 거의 처음으로 논현역에 찾아갔다. 우선 밥심이 있어야 방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논현역 먹자골목에 들어갔는데 마침 웅장하게 서있는 취영루 건물이 보였다. 함께 간 마님께서 취영루 소고기탕수육이 평소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큰 고민없이 그냥 들어갔다.    





3명이서 소고기탕수육, 물만두, 기타 등등 음식을 시키니 거의 5만원 정도 나왔는데 나중에 나오다가 외부 대기실에 코스 요리 점심 메뉴 세일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살짝 후회했다. 다음에는 코스 요리를 먹어야지 :)





이승만 전 대통령이 즐겨찾은 곳이라고 하던데 지금은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중국집으로 더 유명한 곳 같다. 취영루를 방문한 많은 블로거들도 대부분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는 중국집으로 특징지어 소개하고 있다. 취영루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지 건물 곳곳에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간판을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대규모 영업점이지만 영업 시간은 딱 정해져 있었다. 이렇게 영업시간을 구분하는 것은 일하는 분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시키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마님께서 소고기탕수육이 유명하다고 해서 이 곳의 메인 요리는 이 녀석인가 싶었는데, 건물 곳곳에 '물만두' 간판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대중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물만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먹어보면 일반 중국집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포장 판매까지 하는 것을 보면 많은 분들이 즐겨 먹는 메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건물 내외부에 대기실이 굉장히 많다. 우리가 갔을 때는 점심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 가서 그런지 한가했는데 대기실의 규모를 보니 피크 타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규모가 큰 연회장이나 다양한 크기의 룸도 있어서 대규모 단체 행사부터 상견례 같은 작은 모임까지 모두 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1층 로비로 들어가면 현대식 건물의 세련된 인테리어가 아닌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만날 수 있다. 얼핏 보면 낡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종업원들의 옷차림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통일된 것을 보면 취영루가 추구하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콘셉트가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다. 


벽 곳곳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아서 설마 진품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작품 하나하나 세계적인 미술품이라고 한다. 그런 줄 알았다면 좀 더 진지하게 봤을 텐데 조금 아쉽다. 







휴지에도 취영루의 대표 메뉴인 물만두와 가장 큰 자랑거리인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되어 표기되어 있다. 맛을 떠나서 중국집에서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 하나로 건강한 음식점으로 인정! 그래도 맛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았을 텐데 건강과 맛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메뉴판 앞부분을 열자마자 매우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잘못 들어왔나 싶었는데 뒷부분으로 넘기니 나같은 서민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몇가지 보였다. 그래도 취영루의 맛을 골고루 느껴보고 싶어서 소고기탕수륙 작은 것과 물만두 하나, 삼선짜장면, 삼선짬뽕, 취영루탕면을 주문했다. 






하얀 도자기 물잔과 역시 도자기로 된 젓가락 받침대, 젓가락이 세팅 되고 단무지, 깍두기, 양파절임(?)이 기본 반찬으로 나왔다. 양파절임은 양파를 얇게 썰고 고추 기름으로 버무린 것 같았는데 묘하게 맛이 있어서 계속 손이 갔다.







처음 나온 소고기탕수육! 야채는 아삭아삭 살아 있고 소스는 담백하고 소고기는 질기면서도 쫀득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사이즈였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4,000원이라 어느 정도 양은 나올 줄 알았는데 일반 중국집 탕수육의 1/3 정도 양이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3명이서 3~4 젓가락을 하고 나니 금세 사라졌는데 서민들이 먹기에는 가성비가 좀 많이 떨어지는 음식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먹은 물만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 중국집의 물만두와 맛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만두소 맛이 살짝 다르기는 했지만 물만두 자체가 맛의 차별화를 두기에는 무리가 있는 음식이라 그냥 맛있게 먹었다. 간장을 살짝 찍어서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물만두를 맛볼 수 있다. 






짜장면과 짬뽕은 음식 자체의 맛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불맛이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일반 중국집에서는 음식마다 조미료 맛이 공통으로 느껴지는데 아마도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취영루만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 연구한 요리 비법이 아닌가 싶다. 삼선 짜장면은 건더기의 양이 풍부하고 짜장 소스도 불맛과 달달한 맛의 절묘한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삼선짬뽕은 처음에 국물이 너무 빨개서 나중에 속이 쓰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별로 맵지 않다. 짜장면처럼 건더기의 양이 풍부하고 국물은 짬뽕 특유의 칼칼함과 불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





개인적으로 내 입맛을 가장 사로잡은 녀석은 취영루탕면이다. 일반 중국집에서도 우동만 주로 시켜 먹는데 어느 중국집에서 시켜도 먹고 나면 입 곳곳에 조미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취영루탕면은 먹을수록 입이 개운해지는 아주 깔끔한 맛이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맑은 국물, 담백함,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취영루탕면을 꼭 드셔보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가격도 착하다.





집 가까이 있는 곳도 아니고, 강남 쪽은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이라서 아마 다시 찾을 일은 없겠지만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취영루 탕면은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취영루탕면 같이 가성비 좋은 착한 가격의 음식 하나를 달랑 먹으로 가기에는 건물이 너무 으리으리하다. 그래도 저렴하게 취영루의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물만두 하나에 탕면 하나를 추천한다. 쫄지 말고 즐기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