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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천개의공감

정든 노트북과 이별을 준비하며 | 아수스 X201E

by 식인사과 2017.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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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노트북은 십년 전 대학생 시절 필기 노트를 하기 위해 구입한 6만원짜리 후지쯔 중고 노트북이었다. 돈이 없었던 나는 중고시장에서 사용감이 가득한 전투형 노트북을 하나 업어왔다. 스펙도 낮고 케이스에 여기저기 상처도 많았던, 누가 봐도 낡고 허름한 노트북이었지만 나에게는 첫 노트북이었기에 애지중지 사용했던 것 같다. 2년 정도 사용하고 더이상 쓰기 어려워 다시 되팔고 두번째 중고 노트북을 업어왔지만 첫 노트북이어서 그런지 아련하게 기억이 남는다.






두번째, 세번째 노트북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니, MSI 제품을 주로 사용하다가 언젠가부터 가성비 좋은 아수스 노트북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 떠나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는 X201E는 3년 전 중고나라에서 구입했다. 그 당시 SSD로 업그레이드 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저렴하게 매물로 나왔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예뻤다.





X201E는 사양만 놓고 보면 떠나보낸다고 아쉬워할 만큼 좋은 노트북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나의 눈은 이 녀석의 모니터를 바라 보고 있었고 나의 손가락은 이 녀석의 키보드에 길들여졌다. 사양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나에게 이 녀석은 참 좋은 친구였다. 그냥 가지고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왠지 떠나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계가 좋다. 언젠가 네이버 포스트에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주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기계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포스트 쓰는 방식이 왠지 나와 맞지 않아 한 번만 글을 올리고 더이상 올리지 못했는데 이 글을 계기로 앞으로 조금씩 써보면 좋을 것 같다. 스펙 중심의 기계 이야기가 아닌, 공감과 위로의 존재로서 기계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_ 네이버 포스트 |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 2014.01.17


강아지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들은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그래서 한 때 애완동물이라고 불리던 이 녀석들은 이제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으며 인간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곤 한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이 녀석들에게 위안을 받는 걸까. 만약 이 녀석들이 인간처럼 말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똑같이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안녕, 쭈쭈야. 집에는 별 일 없었지?"

"별 일 없었다, 멍청아! 혼자 놀고 오니까 좋냐!!"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빈 집에 자신을 버려두고 룰루랄라 혼자만 즐겁게 놀고 온 주인이 반가울 리 없다. 만약 강아지기 말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일과가 끝난 후 강아지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반려동물로부터 위안을 얻는 이유도 어쩌면 이들이 인간의 말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기계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와 비슷하다. 천성이 혼자 놀기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인간 관계를 통해 얻는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큰 편이다. 그런 나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바로 기계다. 아무 말이 없지만 그런 묵묵한 모습으로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기계들을 소개하는 글을 올릴 예정이다. 기계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가난한 살림 덕분에 비싼 기계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새 것으로 구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중고로 구입하거나 선물을 받은 녀석들이 많다. 가격 차이는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이들에게 가지는 애정은 모두 똑같다.


내가 인간보다 기계를 더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내 글은 아마도 그런 분들에게 즐겁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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