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싶어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은 덜 노력하고 많은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버는 방식은 대부분 누군가의 노력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지구의 환경 자원을 부적절하게 소모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돈을 모으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나에게 들어온 것들을 절약해서 일정 규모의 자원으로 저축을 한 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절약, 저축, 투자다.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절약과 저축이 없이 무리하게 끌어온 남의 돈으로 계속 묻지마 투자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순간 망하면 부동산에 세 들어 사는 임차인들이 모두 죽어난간다. 망하지 않더라도 무리하게 끌어쓴 대출금의 이자를 갚기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올린다. 이런 투자는 서로 윈윈하는 투자가 아니라 서로 망하는 마이너스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경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런 마이너스 투자가 아니라 절약, 저축,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사회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절약과 저축으로 돈을 모으는 과정은 체감상 굉장히 느리다고 느끼기 쉽다. 과거 대한민국의 고속성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벌어서 언제 돈을 버느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주식이나 펀드같은 투자의 방식에 대해서는 폐가망신하는 지름길이라며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흐르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돈을 벌고 모으는 방식은 개인의 자유다.
나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약하며 소비하고 그렇게 생긴 여유돈으로 저축을 하며 돈을 버는 방식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투자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매일매일 주식 변동과 편드 금리를 신경 쓰며 그것에 내 마음을 올인하는 싶지 않았다. 몇 년 전 실험 삼아 투자한 펀드에 며칠 만에 몇 만원이 사라진 것을 봤을 때 내 마음이 출렁이는 것을 느끼며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투자의 방식에 대해 아얘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식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어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커피 한잔 사먹는 비용 정도로 동전주를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몇 달을 해도 도통 흐름을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많은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의리의리하게 큰 집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적게 벌면서도 어머니 유럽 여행도 보내드리고 가끔 사고 싶은 전자제품도 사고 누군가가 돈이 부족하면 제법 큰 돈을 빌려주면서도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 같다.
절약과 저축에 대해서는 나름 여러가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통장 쪼개기, 적금 쪼개기, 포인트 적립하기, 물건 오래 쓰기, 대출제도 활용하기 등이 있는데 물건을 오래 쓰는 방법 중에 중고마켓을 이용하는 것도 있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시작한 중고거래였지만 이제는 삶의 중요한 방식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환경 공부를 하면서 중고거래야말로 대량 생산과 소비를 줄여 지구 환경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작년 9월에 내가 주로 이용하는 중고마켓의 특성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여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헬로마켓 등 마켓마다 특성이 있어서 함께 이용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중고 거래는 당근마켓에서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절약의 방식 중 하나로 당근마켓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당근마켓의 가장 큰 강점은 절약하며 소비한다는 것을 이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당근마켓의 단순 유저일 뿐 당근마켓과 1도 연관이 없다. 청소년기 때부터 절약의 수단으로 중고거래를 꾸준히 해오다가 최근에 절약과 저축의 좋은 방법으로서 당근마켓을 소개하고 싶을 뿐이다. 이것 외에도 돈을 적게 벌면서도 절약과 저축을 통해 즐겁게 사는 법에 대해 천천히 포스팅을 올리려고 한다.
당근마켓의 서비스 자체가 대단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중고거래 서비스보다 물건의 양은 적고 거래할 수 있는 거리도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오히려 그 지점이 사람들에게 중고마켓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제한만 했을 뿐인데 기존의 중고 거래 서비스에 아나바타, 공동체 장터, 프리마켓 등을 합친 혁신적인 서비스를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당근마켓에 대해 인사이트가 담긴 기사가 있어 공유한다.
결핍과 제한으로 혁신적인 서비스가 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결핍이 있어야 재미가 있고 이용량도 늘어난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캠핑의 묘미는 제한된 장비로 야외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도 캠핑을 할 때는 어려운 요리가 된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해 먹은 요리가 캠핑을 다녀온 이후 계속 생각이 난다. 최근 캠핑 열풍을 타고 각종 장비를 구입하는 분들이 많은데 있을 것, 없을 것 다 갖추면 캠핑의 재미는 사라진다. 그렇게 구입한 물건은 한 번 캠핑을 다녀오고 나서 창고에 들어간 후 다시 나오지 않는다. 캠핑을 편리하게 다녀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와 반 년정도 이용해보고 난 후 느낀 특징, 그리고 당근마켓을 통해 절약하며 소비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정리해봤다.
01. 동네 가까운 거리에 나가서 판매하고 오는 것이 편하다.
중고나라에서 처음 이용할 때 저렴하게 나온 19인치 CRT 모니터를 사기 위해 차도 없이 과천에서 의정부까지 간 적이 있다. 전철을 타고 물건을 받고 집까지 오는데 너무 힘들어서 집 근처 전철역에서 엄마 찬스를 쓸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서브용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 기존의 중고 서비스는 거리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직거래를 하더라도 이처럼 멀리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슬리퍼 신고 나가서 동네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근마켓의 첫 거래는 듀얼용으로 사용할 19인치 모니터를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걸어서 30초 거리의 편의점 앞에서 거래했다. 그런데 판매하는 분이 알고보니 내 옆집에 사는 분이라 서로 인사를 나누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필요에 따라 조금은 거리가 있는 동네에 가서 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동네 거래만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편하다. 내가 다른 중고마켓을 더이상 이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버스 타고, 전철 타고 30분 이상 가야 한다면 그냥 당근마켓에서 관련 물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02. 물건의 양은 적지만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물건의 양만 놓고 보면 국내 최대 중고마켓은 중고나라다. 가입자수만 1800만명이기 때문에 하루에 올라오는 물건의 수가 몇십만건이 된다. 공급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나도 가끔 중고나라를 이용한다.
당근마켓은 거리 제한이 있기 때문에 물건의 양이 많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세대가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물건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정말 이런 것까지 파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올라오는데 집에서 쓸 일은 없는데 버리기에는 아까운 좋은 물건들을 많이 판매하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도 아이폰을 잃어버려 쓸모 없어진 아이폰케이스나 단체복으로 구입했지만 한번도 입지 않은 후드티, 오래 전 노트북에서 적출한 저용량 하드디스크 등 한 달에 10-15회 건의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쓰지 않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게 올린다. 물론 다른 사람이 올리는 물건들도 굉장히 저렴하게 올라온다.
마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는 것처럼 오늘은 어떤 물건이 올라왔나 보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카테고리가 있기는 하지만 검색 단계에서는 크게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냥 타임라인을 보다가 나에게 좋은 물건이 보이면 우선 관심 목록에 넣어두고 정말 필요하면 구매를 한다. 좋은 물건을 발견했을 때는 마치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은 것 같은 기쁨이 있다.
03. 중고거래이지만 사기가 없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친절하고 예의바르다.
많은 사람들이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이유가 이 부분 때문인 것 같다. 중고나라의 경우 물건의 수가 많은 만큼 사기 거래도 많다. 나도 딱 한 번 노트북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일하는 곳에서 서브용으로 쓸 노트북이 필요해 급하게 구입하는 과정에서 내 스스로 만든 사기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가 돈을 날린 경험이 있다. 사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로 잠정적으로 사기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씩 경계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당근마켓은 동네에서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채팅 단계부터 서로 친절하다. 직거래를 할 때도 구매자와 판매자가 아닌 동네 사람들이 장터에 만나서 물건을 교환한다는 느낌으로 거래한다. 거래가 끝난 후에는 서로의 매너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기 때문에 무개념, 무매너를 가진 사람들은 매너온도가 내려가서 더이상 거래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한 번 거래했던 사람들과 다시 거래하기도 한다. 만약 첫 거래에서 찜찜한 물건을 팔았거나 매너 없이 상대방을 대했다면 거래를 지속하기 어렵다. 나 역시 지금까지 4번 정도 같은 사람과 재거래를 했다.
거리를 제한했을 뿐인데 서로 친절해졌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공공 쓰레기통은 더럽게 쓰면서도 집 안의 쓰레기통은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04. 온라인 중고시장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물건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는 중고마켓에 새로운 세대와 계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중고마켓은 남자, 20-30대가 주류였다. 하지만 당근마켓의 주 이용자는 여성, 40대 이상이다. 아직 직거래를 무서워하는 여성들의 경우 대리인으로 남편이나 동생들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반년간의 내 경험상 여성의 사용 비율은 기존 중고마켓에 비해 앞도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다양한 세대가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게 개업하기 위해서 갓등을 구입한 여자 사장님, 아내의 심부름으로 천원짜리 모자를 사러 온 아저씨, 가족의 병간호를 하며 책을 구매한 할아버지, 직원 컴퓨터 업그레이드 해주겠다고 부품을 구매한 남자 사장님, 친구와 함께 옷을 사러 와서 거리에서 옷을 직접 입어보고 딱 맞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아주머니, 노트북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좋다며 고맙다고 인사하던 청년, 아기 때문에 얼마 쓰지 못한 침대를 팔며 손수 매트리스를 짐차까지 낑낑대며 내려준 여성분 등 당근마켓을 통해 정말 많은 동네 사람들을 만났다. 마을교육 활동 십년을 했지만 동네 사람들을 만난 적이 별로 없는데 당근마켓 때문에 오히려 마을을 만난다. 같은 가치를 위해 모일 때보다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것이 같을 때 오히려 공동체는 만들어지는 것 같다.
05. 구매보다 물물교환의 개념이다.
당근마켓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용하겠지만 나는 당근마켓에서 판매한 돈은 별도의 지갑에 넣어서 관리한다. 그리고 마켓에서 찜해둔 물건 중 필요한 물건은 그 돈으로 구입한다. 그러다보니 당근마켓을 통해 더 쓰는 돈이 거의 없고 오히려 물건을 비우면서 돈을 벌고 있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다라도 저렴한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교환한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당근마켓으로 100개 물건을 판매했고 대략 50-60만원 정도의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침대도 사고 어머니 TV도 큰 놈으로 바꾸고 무선 청소기와 무선 이어폰도 구입했고 오래 전 나온 필름카메라도 구입했다. 그러고도 돈이 남았다. 부동산 소액투자의 경우 500만원을 일 년 넣어두면 대략 십몇만원 정도 생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원금 손실의 위험도 있다. 하지만 당근마켓을 이용해 내 품을 조금만 들이면 집 안에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돈을 벌 수 있다.
부동산 투자로 많은 돈을 벌며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약하고 저축하며 생긴 돈 몇 푼으로 즐거워하는 내 삶의 방식이 우스울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영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약하며 저축하는 삶은 자본주의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건강하게 돈을 모을 수 있는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도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게 될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절약과 저축의 삶은 계속 이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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