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일흔둘이 되신 엄마는 작년부터 블로거로 활동하고 계신다. 십여 년 전 이십여 년간의 교회 사역을 마무리하시고 매주 집에서 가정예배와 성경 읽기를 하고 계신 엄마에게 몇 년 전부터 블로그 활동을 권해드렸다. 매주 가정예배를 드리시면서 설교문을 작성하시는데 설교문을 조금만 편집해서 올리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공개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거절하셨다.
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말씀을 드렸고 엄마도 고민을 해본다고 하시더니 작년 초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네이버에 처음으로 엄마의 계정을 만들어드렸고 엄마랑 몇차례 상의를 하면서 블로그 콘셉트와 제목 등을 지었다. 블로그 기능을 잘 다루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당분간 내가 블로그를 관리해드리기로 했고 엄마는 그 이후로 1~2주에 한 번씩 나에게 한글 파일로 정리된 설교문을 카톡으로 보내주신다.
블로그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블로그 운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것이다. 1일 1포스팅이든 1주 1포스팅이든 간격의 길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정기적으로 글을 계속 써서 올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많은 블로거들이 이 부분을 제일 어려워한다. 나도 8년 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꾸준한 글쓰기가 아직도 제일 어렵다.
엄마와도 가끔씩 블로그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블로그에 올릴 설교문을 작성하고 다듬는데 3-4시간씩 걸린다고 한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몰입해서 쓰지만 쓰기 직전까지는 글쓰기의 어려움이 미리 느껴져서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도 한 편의 포스팅을 위한 설교문 작성을 완성하면 기분이 매우 좋다고 하셨다. 이제는 어느 정도 글쓰기 근력이 생기셔서 크게 힘들어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엄마의 꿈은 정기적으로 예배할 수 있는 교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한 두푼 드는 것이 아니라서 엄마는 매주 집에서 예배를 드리셨고 가끔 지인들을 초대해서 성경 말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곤 했다. 내가 엄마에게 블로그를 제안드린 이유는 온라인 안에서라도 엄마의 교회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말마다 예배를 드리면서 가끔씩 신앙 상담도 할 수 있는 기독교 서점이나 기독교 서적 중심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보시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나이가 일흔이 넘으셨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시는 엄마를 볼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배우는 것 같다. 엄마의 '온라인 성경 읽기' 블로그의 구독자가 점점 늘어나서 언젠가는 엄마의 꿈이 진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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