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긴동네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의왕 마을만들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긴동네'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는 실제로 의왕의 지형이 길쭉하기 때문이다. 위로는 과천, 안양, 판교와 연결되어 있고 아래로는 안산, 수원, 군포와 연결되어 있는데 6개의 콘텐츠가 분명한 큰 도시 사이에 끼인 형국이라 정체성을 잡기가 조금 어려운 동네다.
지난 10년간 대안학교 안에서 마을 만들기 운동을 열심히 했다. 지역 축제 기획, 청년공간 조성, 조례 제정, 마을공동체 공간 조성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왔고 의왕 곳곳에서도 여러 시민단체들이 생겼다. 10년 전 처음 의왕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활동의 양은 늘었지만 아직도 민과 관의 연결고리는 부재하고 시민단체의 활동의 질은 기복이 심하다.
올해 사회적협동조합 두들과 청년협동조합 뒷북이 마음을 모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지역역량강화사업에 지원했고 지금은 지원받은 돈으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춘천의 사회적혁신파크 '커먼즈필드'와 동네방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봄엔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고 두 번째는 인천에서 오랜 기간 생활예술 활동을 하고 계신 임승관 대표님과 만났다.
현재의 인천은 국제공항도 있고 지하철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며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관광도시같은 느낌을 주지만 90년대 후반까지도 인천은 어딘가 어둡고 무서운 동네였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인천에 가면 무서운 형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놀러 갈 엄두도 내지 않았다. 임승관 대표님은 문화불모지 인천에서 20대 청년 시절부터 20년 넘게 생활예술 운동을 해오신 분이다. 문화바람의 대표로 오랜기간 활동을 하다가 현재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의 대표로 활동 중이시다.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임승관 대표님
나는 청소년 친구들과 오랜 기간 예술 수업을 함께 하면서 예술과 삶의 일상적인 만남에 대한 방법을 항상 고민해왔다. 문화센터, 평생학습, 공동체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예술 수업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어딘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활예술 영역이 양적으로 많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삶과 예술이 여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딱 그 지점에서 문화바람의 임승관 대표님의 글 '생활예술이 호혜적 연대 공동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을 읽게 되었고 문화바람의 활동 역사와 대표님의 생활예술에 대한 지향을 접하게 되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한순간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대표님과의 만남을 통해 시민과 예술과 지역을 연결하는 생활예술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혐오와 차별의 문화가 점점 강해지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내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며 문화를 매개하고 서로 다른 문화의 진실한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생활예술가는 꼭 필요한 존재다. 대표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길을 걸어오셨고 지금은 비슷한 길을 가려고 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뜨거운 열정을 공유해주시는 것 같다.
개념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문화다양성, 문화기획, 커뮤니티 디자인, 공동체 네트워크 등 얼핏 보면 멋진 말들에 취해서 실천의 영역까지 내 삶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실천이란 곧 책임이며 책임지는 이들이 많아질 때 우리가 꿈꾸는 일들은 이루어질 수 있다. 여전히 꿈을 꾸며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님을 보며 내 삶의 지향점을 돌아보게 되어서 좋았다.
아래 첨부 파일은 2018년 대안교육연대 교사연수 실천대회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했을 때 '생활예술'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자료다. 이 자료는 여러 생활예술가와 문화 매개재의 글에 빚을 졌는데 그중에서 임승관 대표님의 글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 막 청소년 중심의 생활예술 활동을 시작하시는 분들이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파일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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