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2010년 경춘선이 수도권 전철로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깝고도 먼 곳이 춘천이었는데 이제는 전철로 쉽게 갈 수 있고 iTX 청춘열차를 이용하면 굉장히 빠르게 다녀올 수 있다.
그동안 춘천은 나에게 관광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작년에 한 학생과 손흥민 생가 투어를 다녀오면서 춘천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유명한 관광 코스가 아닌 춘천 시내를 여행하면서 춘천이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관광을 하기 위한 여행지에서 삶을 위한 거주지로도 춘천이 괜찮은 도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차가 없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할 때 BMW를 이용한다. BMW는 'Bus, Metro, Walk'의 약자로 나 같은 뚜벅이족들에게는 최고의 이동수단이다. BMW를 이용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여행을 다닐 때 BMW를 이용하는 이유는 그래야 여행지가 더 자세히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주중 시간을 이용해서 1박 2일로 춘천 여행을 다녀왔다. 한 곳 한 곳 자세하게 후기를 올리려고 했지만 다른 포스팅에 밀려서 2개까지만 하고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한 방에 정리해서 올리기로 했다.
나름 고민하면서 계획한 여행 코스였고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1박 2일로 코스를 만들었지만 차가 있고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반나절 여행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코로나로 인해 불안하거나 장기 여행이 부담스러운 분들이라면 춘천 1박 2일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출발. 용산역 9:50-11:02 iTX열차 (feat. 대구근대골목도나스 & 단팥빵)
미리 iTX 열차를 예약한 후 당일날에는 용산역에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냥 기다리기보다는 여행 애피타이저로 역사 안에 있는 도나츠 가게에 들어갔다.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은 전국 3대 빵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장인들이 직접 끓인 단팥으로 만든 수제 단팥빵을 판매하는 대구의 대표빵 브랜드다. 빵도 맛있지만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매력적이었다.
1코스. 점심 | 춘천숯불닭갈비 11:30-12:30
춘천숯불닭갈비는 낙원동 닭갈비 골목에 있는 오래된 닭갈비 가게다. 이번에 먹은 닭갈비는 내가 지금껏 춘천에서 먹어본 닭갈비 중에 제일 맛있었다. 바로 옆에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와서 더 유명해진 닭갈비 가게가 있었지만 일부러 이 곳을 이용한 이유는 이 가게가 동네 사람들에게만 잘 알려진 숨은 맛집이라는 사실을 어느 블로그의 포스팅에 봤기 때문이다. 춘천역에서 택시를 이용해도 되지만 그냥 걸어가도 15분 정도면 도착하니 날씨가 좋으면 걷는 것을 추천한다.
2코스. 육림고개 12:30-1:30
한 때 유명한 전통 골목 시장이었지만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쇠락했다가 지금은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으로 되살아난 골목이다. 오래된 건물들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골목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예쁜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가게들마다 다양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를 들어가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커피, 닭강정, 친환경 집밥 같은 음식점부터 지역 특화 굿즈를 판매하는 곳까지 다양한 가게들이 많은데 골목 자체는 거리가 짧아서 밥을 먹지 않는다면 대략 1시간 정도면 충분히 구경할 수 있다.
3코스. 달아실미술관 2:00-4:00 (피규어 박물관)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만개의 피규어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외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의 피규어들을 볼 수 있고 사소한 캐릭터까지 모두 피규어로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덕후들이라면 가자마자 너무 좋아서 행복한 비명을 지를 것이다. 공간마다 전시가 잘 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숨도 쉬지 않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실제 크기와 동일한 사이즈의 헐크와 아이언맨 헐크부스터는 제일 인상적인 피규어(?)였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가져오고 싶었다. 2시간 동안 관람했지만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볼 것이 많다.
달아실 미술관 바로 앞에 빵과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 매장이 꽤 넓었지만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맞은 편에는 2호점이 있었다. 가게 분위기만 보고 유명한 관광지의 비싼 빵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좋았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달아실미술관, 그림같은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옥산가 테마파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4코스. 애니메이션 박물관 & 로봇박물관 4:00-5:30
애니메이션박물관과 로봇박물관은 서로 같은 위치에 있다. 달아실미술관이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이 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래서 달아실을 먼저 다녀오고 이곳을 갔을 때는 조금 시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같은 코스를 가게 된다면 이곳을 먼저 방문하고 달아실을 갈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야외 공간이다. 굳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야외 공간에서 가족끼리 소풍을 다녀와도 좋을 정도로 조경이 잘 되어 있다.
5코스. 춘천호반캠핑장 1박
춘천호반캠핑장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야외 캠핑장이다. 오토캠핑이 아니라면 캠핑 도구가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나 같은 뚜벅이족들이 이용하기 좋다. 샤워설이나 화장실, 취사시설이 모두 공용이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공용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이라면 근처에 있는 펜션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돔형태로 되어 있는 글램핑장을 이용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주인분이 친절하셔서 1박을 하는 내내 불편한 점이 없었다. 캠핑장 내에 작은 매점도 있어서 급한 식재료는 여기서 구입할 수 있다.
지난주에는 중간지원조직 설립을 위한 일 때문에 업무차 춘천을 다시 방문했다. 문화와 역사로 바라보는 춘천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커먼즈필드 같은 매력적인 센터가 생긴 것을 보면 춘천은 앞으로 문화, 역사, 지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춘천의 매력이 빠져드는 요즘이다. 이러다가 정말 춘천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은 1박 2일이든 반나절이든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집에만 있어서 너무 답답하다면 마스크와 손소독제로 무장하고 지금 당장 춘천을 다녀오자.
춘천보다 조금 더 작고 조용한 동네로 가고 싶다면 여주를 추천한다. 춘천에 비교하면 볼거리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이 12개나 될 정도로 지역 문화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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