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미지의관객37

반응형
반전이 무색해져버린, 공범 며칠 전 퇴근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인지 영화관을 가고 싶었던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평일 저녁 영화관은 제법 넉넉한 품으로 날 반겨주었다. 뭘 볼까 고민을 하다가 이미 보고 싶은 영화들은 시간이 맞지 않았고 남아 있는 영화는 '배우는 배우다'와 '공범' 둘 밖에 없었다. '배우는 배우다'는 직감적으로 삼류 영화라는 것을 예감했기에 패스! '공범'은 손예진과 김갑수, 김광규 등 배우 라인업이 좋았고 감독 역시 '너는 내 운명'과 '내 사랑 내 곁에'를 찍은 국동석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 없이 표를 끊었다. 그런데 신한 포인트가 만 점 넘게 남아 있어서 포인트로 공짜로 보는 행운까지 ㅋㅋ 만세!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 영화가 시작되고 어.. 2013. 11. 3.
극단 연필통 제 3회 공연 '사노라면' 극단 연필통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가 서로 인연을 맺고 연극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노숙인 극단이다. 프락시스에 아는 분들이 몇몇 있어 이번에 연극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 아이들에게 이 연극이 같이 보자고 제안했을 때 사실 조금 걱정을 했다. 노숙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설지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낯선 이야기 속에 지루해하면 어떨까 걱정을 했는데 웬 걸- 처음에는 조금 지루해하는 눈치더니 극이 진행될 수록 점점 몰입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 역시 극 초반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는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연극을 보면서 투박하지만 날 것의 감동이 내 심장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연극은 환상일까, 현실.. 2013. 10. 24.
[민들레] 생활의 달인, 그들이 예술가다. 생활의 달인, 그들이 예술가다 각양각색의 달인들. ‘생활의 달인’은 2005년 SBS에서 처음 시작하여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인데, 내가 군대에서 채널을 마음대로 돌려볼 수 있는 고참 때 즐겨보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당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미녀 연예인들을 보고 싶었던 후임들에게 이런 고참의 악취미가 그리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후임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수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본 이유는 영상 속에 담긴 수많은 생활의 달인들의 모습이 내가 연극을 공부하면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연기의 본질과 어딘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은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여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2013. 10. 21.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사이먼 사이넥 | 타임비즈 | 2013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일과 관련되어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끊임없이 내려야 하는 모든 의사결정에 가장 명료하고 분명한 기준이 되어줄 사고와 행동과 판단의 기준인 골든서클(Golden circle)을 이 책에서 만날 수 www.aladin.co.kr 책을 읽으면서 대딩 시절 연극 작업을 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난 연출 전공이라 같이 작업하기로 한 팀원들에게 내가 왜 이 희곡을 골랐고 이 희곡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직관적으로는 알겠는데 뭔가 말로 표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왜 그렇게 어려워했는지 이해가 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말로 표현되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업을 하면서.. 2013. 9. 21.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짧은 단상 * 2008년 봄이었던가- 한 친구와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놓고 신나고 수다를 떨다가 그 기억 그대로 가져와서 적어놓은 아이디어 노트가 있었다. 아이디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이었지만 지금 다시 들춰보니 지금의 나보다 그 때의 내가 좀 더 '연극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대딩 시절 연극을 공부하면서 언젠가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꼭 해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난해한 대사들이 이해가 되어서도 아니고 누가 꼭 하라고 추천해서도 아니다. 그냥 관객들을 3시간 동안 기다리게 해놓고 고도를 등장시키지 않은 결론이 그냥 매우 통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쿨'한 결론을 내일 수 있는 사무엘 베게트는 정말 '쿨'한 작가인 것이 분명하다. '분명'이라는 뜻은 '틀림없이 확실하게'라.. 2013. 9. 10.
배우훈련 | 배우에 대한 기록 후츠파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극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교보재단 지원금 신청서를 쓰면서 아니 그 이전부터 교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2주 앞으로 다가오니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방향과 내용이 거의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막막한 이유는 아마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그런 걸까- 생각해보면 나의 첫 워크숍은 고등학교 축제 때였다. 그 때 난 '사물놀이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불러모았고 교실의 모든 책상을 붙여서 무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물놀이와 풍물놀이의 원형에 대해서 짧은 강연을 했고 연주를 했다. 마지막 연주 제목은 '프리 사물' - 프리 재즈의 형식으로 그대로 차용해 마디만 정해놓고 징과 쇠와 장구를 마음대로 쳤다. (오 마이 갓) 그 당시 나의 이런.. 2013. 7. 28.
[판소리] 전통의 소리- 이자람의 '사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이 공연을 보다가 인티미션 시간에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자람씨가 선생님 반열에 들 20년 후가 되면 '사천가'가 지금의 판소리 여섯마당과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그리고 모든 공연을 본 후 난 그 말이 꼭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이 공연, 좋다. 좋은 것 이상의 좋음이지만 어떤 말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에 그냥 '좋다'라는 표현이 지금은 적절한 것 같다. 충무 아트홀은 이번에 처음 가봤다. 신당역 9번 출구에서 나오면 걸어서 1-2분 거리 안에 충무아트홀이 있다. 사천가는 중극장 블랙에서 했는데 원형무대와 트러스트 무대가 혼합된 극장 형식이 이번 공연과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사천가는 내가 대학에서 연.. 2013. 7. 28.
인타임(Intime)- 불멸과 소멸 얼마 전 어느 한 모임에 나갔다가 한 분이 이 영화가 정말 끝내준다며 추천을 해주셨다. 다른 건 몰라도 25살의 젊을을 그대로 유지하며 시간으로 모든 것을 사고 판다는 설정이 재미있어 보여 오늘 영화를 다운받아 보게 되었다. 시작은 흥미로웠다. 마치 젊은 연인처럼 보이는 두 남녀가 엄마와 아들처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오, 이 영화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돈이 아닌 시간을 사고 판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연명해갈 수밖에 없고 부자들은 몇 천년의 시간을 소유하면서 영생을 누린다는 것- 나름 사회적 메시지도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메시지를 뻔한 내용으로 담지 않으려고 돈이 아닌 시간으로 사고 판다는 설정을 .. 2013. 6. 14.
나는 편의점에 간다 | 김애란 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스물다섯의 나이로 등단해 각종 상을 최연소로 휩쓸고, 문단은 물론 두터운 독자층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김애란의 첫 소설집 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www.aladin.co.kr p. 33 하루에도 몇 번씩 편의점에서 오가는, 내가 한 번쯤 만났을 수도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 그 중에는 조금 전 비디오방에서 섹스를 한 뒤 같이 컵라면을 나눠먹는 어린 연인도 있을 테도, 근처 병원에서 아이를 지운 뒤 목이 말라 우유를 사러 온 여자, 아버지께 꾸중듣고 담배를 사러 온 백수 총각, 얼굴을 공개한 적 없는 예술가나, 실직자, 간첩, 심지어는 걸인으로 위장한 예수조차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편의점은 묻지 않는다. 참으로 거대한 관대다. ** 디지털 대학교 문창과.. 2013. 4. 11.